간서치(刊書痴) Kangsung
by minypiz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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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함


 가끔 짐작할 만한 아무런 이유없이 답답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난 비교적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편이라 그 연유를 먼저 찾고는 하지만 바로 오늘같은 경우가 때때로 찾아온다. 그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답답하긴 한데 답답하게도 그 원인을 찾지 못해 답답하지만 계속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건 뭐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자 이딴 말이나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그대 뭐 이딴 말과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전혀 다르다.

 이 뭐같은 느낌의 시작은 시험시간 일주일 쯤 전부터였다. 숙제와 족보를 풀고 나서 시험까지 며칠이 남았는데 도서관에서 멍하니 다 아는 내용의 텍스트북을 반복해서 읽는 따위의 일을 하루에 다섯 시간을 넘게 하면서 담배를 몇 갑이나 피웠던가. 어쩌면 이것은 과도한 흡연이 가져다 준 인과응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음, 과흡연은 연간 열 댓번은 했던 일인데 이 갑갑함은 그 정도의 빈도로까지 날 찾아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구를 치면서 3쿠션을 20분 넘게 치고 있을 때가 더 느낌이 비슷하겠다.

 해결책 없는 답답함은 나로 하여금 나만의 시간을 제공하고, 생각에 잠기게끔 하는 좋은 면도 있다. 비록 기록에 남아봤자 며칠 뒤에 이게 뭐야? 하며 구겨져 키우는 고양이의 10분짜리 장난감이 되었다가 버려지겠지만 젊은 시절의 특권이라 생각하며 끄적인다. 가끔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고뇌에 빠져 다음에 해도 될 일을 모조리 끝내버리기도 해보지만 그에 대한 해방감이나 성취감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꾸역꾸역한 마음 속의 먹구름이 더욱 크면서 역효과만 일으킨다.

 잊는 길 이외에는 없다. 잠들어도 느끼고 담소를 나누어도 느끼고 맛있는 걸 먹어도 느끼고 할일을 끝내도 느끼고 졸려도 느끼고 기뻐도 느끼고 슬퍼도 느끼고 바빠도 느끼고 심심해도 느끼고 미워해도 느끼고 사랑해도 느낀다. 잊어야 느낄 수 없다.


......
이건 절대 오늘 낮술한 것에 대한 변명이 아니다.


 
by minypizkit | 2008/10/29 01:50 | innermost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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